초보자를 위한 심장 자기공명영상 - I. 시작하기 (Beginning of CMR)

2009. 9. 18. 08:56James/Lecture


초보자를 위한 심장 자기공명영상 

(Cardiac Magnetic Resonance Imaging (CMR) for beginners)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남궁 호

 

 

최근 발전된 MRI 장비는 그 동안 임상에서 영상화가 쉽지 않았던 심장을 보다 쉽고 다양하게 영상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심장 MRI를 처음 접하는 방사선사는 무척 생소하고 어렵게 느끼게 된다. 이에 처음으로 심장 MRI (CMRI: Cardiac MRI)를 접하게 되는 방사선사들을 위한 심장 MRI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용은 국내외 전문서적을 참고로 하였으며, 검사기법은 서울대병원 MRI실에서 사용하것을 위주로 기술하였다.  

 

 

* 목 차

 

I. 시작하기 (Beginning of CMR)

 I-1, 들어가기 (Stepping forward)

 I-2, 심장 해부학 (Cardiac Anatomy)

 I-3, 심장 병리학 (Cardiac Pathology)

 

II. 검사하기 (Scanning of CMR)

 II-1, ECG gating

 II-2, Localization

 II-3, Morphology

 II-4, Function

 II-5, Perfusion

 II-6, Viability

 II-7, Flow Velocity

 II-8, Angiography

 

III. 적용하기 (Application of CMR)

 III-1, Protocols

 III-2, Clinical Mistakes

 III-3, Clinical Case




I. 시작하기 (Beginning of CMR)

 

I-1. 들어가기 (Stepping forward)

 

심장 MRI전리방사선 (ionizing radiation)이 없고, 시간 및 대조도 분해능 (temporal and contrast resolution)이 기존 CTSPECT (Single-Photo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초음파심장검사 (Echocardiography)에 비해 뛰어나 임상에서 선천성 심장병 (CHD: Congenital Heart Disease), 심장 종양 (cardiac mass), 심막 (pericardium), 우심실이형성증 (right ventricular dysplasia), 동면심근 (hibernating myocardium), 심근관류 (Myocardium perfusion), 판막 및 심실 기능 (valvular and ventricular function) 등의 검사에 그 유용성이 널리 인정되어 최근 많은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CT의 공간분해능 (Spatial resolution) 을 뛰어 넘지 못하거나, SPECT나 초음파 심장검사에 비해 관상동맥 (coronary artery) 검사에는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I-2,
심장 해부학 (Cardiac Anatomy)

먼저 심장 MRI에서 각 심장 구조를 정확하게 검사하기 위해서 방사선사는 기본적인 심장 해부학 및 병리학을 이해하고 숙지해야 한다. 이에 기본적인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면, 심장은 종격에서 ⅔가 정중선보다 좌측에 치우친 곳에 위치하고 심낭 (pericardium)에 들러싸여 있다. 심장의 장축을 심축 (axis of the heart)이라고 하며, 대동맥과 폐동맥이 있는 심저 (base of the heart)에서 좌하전방의 심첨 (apex of the heart)으로 향한다. 젊은 사람의 심축은 종축으로 세워져 있고, 폐동맥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들수록 바깥쪽으로 눕게 된다. 심저부는 대략 제2늑간극 높이에 있으며 폭이 넓고, 심장으로 큰 혈관이 출입하는 곳이다. 심첨부는 좌측 제5늑간극에서 유두선보다 약간 내측에 위치하는 폭이 좁은 부위이며, 좌심실의 첨단에 해당한다. 중량은 성인의 경우 평균 250~300g이고, 크기는 길이 약 14cm, 10cm, 두께 8cm이며, 자신의 주먹보다 약간 크다.



그림1. 심장 구조

심장(Heart)은 심근 (Myocardium)을 중심으로 심막(pericardium)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데, 바깥쪽 심막을 심외막 (Epicardium), 안쪽 심막을 심내막 (Endocardium)이라 한다. 심외막은 외막을 형성하여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상피로 덮여있는 결합조직의 장막과 지방, 관상 혈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내막은 심방과 심실에서 판막의 안쪽 보호 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상피와 결합조직으로 이루어진 막으로 탄력섬유, 교원섬유, 혈관, 특수화된 근섬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체 심벽 두께의 75%를 차지하고, 심장MRI에서 주로 관찰하게 되는 심근층은 심방과 심실에서 혈액을 짜내기 위해 수축하는 일을 하며, 결합조직에 의해 분리된 심장 근육 조직이며 모세혈관, 림프모세혈관, 신경 등을 포함하며 불수의근이다. 심장은 각 2개의 심방 (atrium)과 심실 (ventricle)로 이루어져 있고, 1분간 72회 정도로 박동하고, 170cc정도의 혈액을 내보내어 1분당 5L이상, 하루에 약 7000cc이상의 혈액을 분출한다. 좌심실의 평균 최대 혈압은 125mmHg로 우심실의 혈압 25mmHg보다 높아 심실의 두께도 우심실의 2~3mm 보다 9mm로 두껍다. 산소가 포화된 혈액은 동맥으로 계속 내보내고 정맥으로부터 산소 포화도가 낮은 혈액을 받아들인다. 중격 (septum)에 의해 우심과 좌심으로 나누어진 심장은 다음과 같은 고유의 구조와 기능을 담당한다. (1) 우심방(RA): 얇은 벽으로 된 구조이며, 상대정맥 (SVC)과 하대 정맥 (IVC)으로부터 되돌아온 전신의 정맥혈과 관상정맥동(coronary sinus)의 정맥혈을 수용, (2) 우심실(RV): 초승달 모양, 4~5mm 두께의 얇은 벽, 심실 이완기에 삼첨판을 통해 우심방으로부터 혈액을 영입하고, 이 혈액을 폐동맥판을 통해 폐동맥으로 내보냄, (3) 좌심방(LA): 폐정맥을 통해 폐에서 심장으로 되돌아 오는 산화된 혈액을 받아들임, (4) 죄심실(LV): 수축기 동안 혈액 저장소 역할, 심실 이완기 동안 열려있는 승모판을 통해 중력에 의해 약 80%가량의 혈액이 좌심 방에서 죄심실로 들어간다 (그림1).


Cine MRI에서 그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판막(Valve)혈액이 심방 심실을 흐를 때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일을 하며, 심방과 심실 사이에 위치한 방실 판막 (atrioventricular valve)은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에 위치한 삼첨판막 (tricuspid valve)과 좌심방 좌심실 사이에 위치한 이첨판 (mitral valve, 승모판)으로 나뉜다. 삼첨판은 3개의 소엽 (leaflet), 승모판은 2개의 소엽을 갖고 이 소엽들은 건삭 (chordae tendineae)이라 불리는 섬유삭에 의해 유지되고, 건삭은 유두근 (papillary muscle)에 의해 심실벽에 고정되어 있다. 또한, 각 심실에 연결되어 있는 반월판 (semilunar valve)은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의 폐동맥 판막 (pulmonary valve)과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대동맥 판막 (aortic valve)이 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순환은 심실 수축이 끝난 후 대동맥의 반월 판막이 닫히면서 생기는 이완 기압에 의하여 좌우 관상동맥에 혈액을 공급한다. 운동을 하거나, 심박수가 증가하거나, 교감신경계가 자극을 받을 때 관상 순환 혈액량의 요구가 증가 하게 된다.



 

I-3, 심장 병리학 (Cardiac Pathology)

 

심장 질환은 다음과 같은 질환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질환의 원인을 이해한다면 심장 MRI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    선천성 심장질환 (CHD: Congenital Heart Disease)

 

선천적인 기형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 벽에 구멍이 나 있는 ‘심방중격 결손증 (ASD: Atrial Septal Defects), 우심실과 좌심실 사이 벽에 구멍이 있는 ‘심실중격 결손증 (VSD: Ventricular Septal Defects), 대동맥과 폐동맥이 혈관으로 직접 연결돼 버린 ‘동맥관 개존증 (Patent Ductus Arteriosus)’이 가장 흔하며, CMRI에서 기형 구조의 움직임을 잘 묘사하여야 한다.

 

2)    관상동맥질환 (Coronary Heart Disease, 허혈성심장질환)

 

최근 들어 한국인의 주요 질환으로 떠오르고 있는 관상동맥질환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세 가닥의 혈관인 관상동맥에 생기는 모든 병을 말한다. 협심증 (Angina Pectoris)과 심근경색 (Myocardial Infarction) 같은 병은 동맥경화로 인해 관상동맥이 차차 좁아져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관상동맥질환=동맥경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맥경화란 말 그대로 동맥 안쪽의 매끄러운 벽에 상처가 나 콜레스테롤과 같은 이물질이 달라붙으면서 혈관 벽이 돌처럼 딱딱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혈관벽에 생긴 섬유화된 딱딱한 덩어리를 죽상반 (竹狀斑, atheromatous plaque)이라고 한다. 이 이름은 대나무처럼 주름이 가 있는 덩어리의 모양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죽상반이 생기면 마치 오래된 수도관에 찌꺼기가 낀 것처럼 혈관의 지름이 좁아져 혈액의 흐름에 지장을 주게 된다.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에 따라 심장 건강의 위험 수위가 결정된다. 관상동맥에 발생한 동맥경화 때문에 혈관이 좁아지면서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허혈’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협심증 (Angina Pectoris)이라고 한다. 협심증이 심해지면 심근경색 (Myocardial Infarction)이 된다. 동맥경화로 혈관 안쪽 벽에 생긴 죽상반들이 파열되면서 손상된 혈관 안쪽 벽에 피떡 (혈전, Atheroma)이 혈관을 순간적으로 완전히 막는 상태다. 심근경색이 일어나면 혈관을 통해 피를 공급받지 못한 심장근육이 괴사 (necrosis)에 이르고 만다. 협심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가슴이 빠개지는 것 같다’‘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는 등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가슴아픔 (흉통, chest pain)을 호소한다. 이러다 내가 죽는 것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들 정도로 강한 통증이야말로 협심증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노인이나 당뇨환자들은 실제 동맥경화가 훨씬 심해 혈관이 거의 다 막혔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더욱 위험하다. 협심증 중에서도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다가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면 통증을 느끼는 형태를 ‘안정형 협심증’이라고 한다. 안정형 협심증에서 통증은 운동을 할 때 2~3분 정도 나타나다가 휴식을 취하면 금방 회복된다. 운동을 하지 않고 안정을 취할 때도 통증이 생기게 되면 불안정형 협심증이다. 한편 운동이나 안정 여부와 상관 없이 낮에는 괜찮다가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만 통증이 오는 경우는‘변이형 협심증’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가슴 통증은 기본적으로 협심증과 같지만, 안정을 취하거나 응급약인 니트로글리세린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30분 이상 흉통이 지속되면 즉시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와야 한다. 노인이나 당뇨환자는 심근경색이 와도 흉통을 느끼지 못하다가 호흡곤란을 일으켜 의식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행히도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20~25% 이상에서 첫 번째로 나타나는 증세가 돌연사라고 한다.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평소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 두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3) 심장판막질환 (Valvular Disease of the Heart, VDH)

심장의 우심실-우심방, 좌심실-좌심방 사이에는 판막이 있다. 또한 온몸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운반해주는 폐동맥과 우심실 사이에는 폐동맥판 (Pulmonary Valve), 심장에서 임무를 마치고 혈액이 다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는 대동맥판 (Aortic Valve)이 있다. 4개의 판은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면서 혈액이 언제나 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판막의 개폐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판막질환이라고 한다. 판막질환이 생기면 운동할 때 호흡이 가빠지고, 심방세동 (aterial fibrillation) 등의 부정맥(arrhythmia: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가 늦어졌다가 하는 불규칙적인 상태)에 의해 가슴이 공연히 두근거리기도 한다. 병이 악화되면 가만히 앉거나 누워 있어도 숨이 가쁘고 심한 기침과 가래, 흉통까지 나타난다.
판막이 좁아져 충분히 열리지 않아 혈액이 시원하게 흐르지 못하는 경우를 협착증 (stenosis) 이라고 한다. 반대로 판이 잘 닫히지 않아 혈액이 거꾸로 흘러가면 폐쇄부전증 (regurgitation) 이 된다. 판막질환은 대개 후천적으로 발생하며, 류머티즘 부작용이나 노화로 인한 판막의 손상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심내막염 (endocarditis: 심장의 내면을 싸고 있는 심내막의 염증성질환), 매독, 심근경색 등으로 인해 판막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다행히 판막질환은 약물치료나 내과적 시술, 수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4) 심막 심근 질환 (Perimyocardiopathy)

심낭이라는 투명한 막이 우리의 심장을 감싸고 있는데, 심막염 (Pericarditis) 이란 이 곳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가벼운 감기 증상이나 두근거림, 흉통과 호흡곤란을 종종 동반한다. 때로는 심낭에 염증으로 인한 액체가 고여 심장을 압박하거나, 심한 경우 심장으로 들어오는 피의 양이 줄면서 심박출량 (cardiac output: 심실에서 1분 동안 박출하는 혈액량)이 적어져 쇼크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바늘이나 튜브를 삽입해 심낭에 고인 액을 빼내는 심장 압전 (cardiac tamponade) 이라는 치료를 하게 된다. 심막염은 주로 바이러스성이며 류머티즘이나 세균감염, 결핵, 교원병 (혈관의 결합조직에 괴사 따위의 변화가 발견되는 모든 질환), 요독증 (신장의 기능이 극도로 저하하여 오줌으로 배설되어야 할 각종 노폐물이 혈액 속에 축적되어 일어나는 중독 증세), 악성종양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심근증 (cardiomyopathy)은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심실 벽이 지나치게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증 (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과 심근 세포가 약해지거나 섬유화돼 심실이 커지고 심장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는 확장성 심근증 (dilated cardiomyopathy: DCM)이 있다. 비후성 심근증 (Hypertrophic Cardiomyopathy) 1000명에 1~2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병이다. 젊은 사람들이 운동하다가 돌연사했을 때 제일 먼저 의심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우성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사실 심장이 비대한 경우가 흔하지만 증상이 없으면 병원을 찾지 않아 자신의 상태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증상이 없다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지만, 일단 실신,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알코올을 이용해 두꺼워진 심장근육 일부를 제거하는 시술도 성공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확장성 심근증 (dilated cardiomyopathy)에 걸리면 심장의 수축력이 약해져 몸이 붓고 숨이 가쁜 심부전 (heart failure)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치명적인 부정맥이 동반돼 실신하거나 돌연사에 이르기도 한다. 확장성 심근증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심근염 이후 우리 몸이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젊은 여성에게 출산을 전후해 이유 없이 확장성 심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임신 후 태아에게서 생긴 단백질에 대한 모체 스스로의 면역 반응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도한 음주 역시 이 병의 한 원인이다. 증상이 가벼우면 약물 치료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심한 경우 심장이식 수술까지도 받는다.

5) 부정맥 (Arrhythmia)

안정을 취했을 때 정상 맥박은 분당 60~100회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심장 안의 자가 발전소인 동방결절이라는 곳에서 전기를 만들어 맥박의 빠르기를 조절하는데 심장의 이 전기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혹은 불규칙해지는 병을 부정맥이라고 부른다. 부정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심장 박동 수가 심하게 느려지는 서맥성 부정맥 (brady arrhythmia), 빨라지면 빈맥성 부정맥 (tachyarrhythmia), 예정보다 한 박자 빨리 나오면 조기 박동 (premature beat)이라 한다. 같은 부정맥이라도 형태는 천차만별이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또 부정맥이 일어나는 위치에 따라 심실에서 일어나면 심실성 부정맥, 심실 위쪽에서 일어나면 상()실성 부정맥으로 나뉜다. 서맥성 부정맥 환자는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느리게 뛰는 심장 때문에 심하게 어지럽거나 실신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심전도나 24시간 홀터검사 (holter monitoring)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하며, 상태가 심하면 인공 심박조율기 (cardiac pacemaker)를 시술하기도 한다. 빈맥성 부정맥은 예기치 못하게 맥박이 빨라질 뿐 아니라 멈출 때도 갑자기 멈추는 것이 특징이다.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심장 박동수가 갑자기 빨라지면서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호흡곤란 및 어지럼증을 느낀다. 이 때 안정을 취하거나 쪼그려 앉으면 저절로 괜찮아지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빈맥의 증세가 의심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전도, 운동부하검사, 24시간 홀터검사 등이 필요하다.
부정맥은 심장 자체에 이미 생긴 병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심근경색과 같이 심장으로 충분한 혈액이 전달되지 못하는 허혈성 심장병을 비롯해 판막 질환 등 거의 모든 심장병이 부정맥의 원인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외에도 폐질환과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칼륨 등 전해질 대사에 이상이 생겨도 부정맥이 나타난다.

지금껏 살펴본 대로 선천성 심장병, 허혈성 심장병, 고혈압성 심장병, 심장판막증 및 심근질환 등 각종 심장병은 심장에 손상을 입히고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로 인해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진 상태를 심부전이라고 한다. 이 결과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순환시켜 공급해 줄 수 없게 되며 폐혈관이나 정맥에 혈액이 고이는 울혈 증세까지 오게 된다. 폐혈관에 울혈이 일어나면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 곤란을 느끼며 소변이 감소하면서 얼굴과 다리가 붓고 배나 가슴에 물이 고일 수도 있다.

6) 심부전 (heart failure) 및 쇼크상태 (shock)

심장병의 정도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호흡곤란을 꼽을 수 있다. 심부전 초기에는 운동을 할 때만 호흡곤란을 느끼지만, 진행되면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어려워진다.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누우면 호흡곤란이 더 심하게 느껴져, 앉아서 상반신을 앞으로 구부리지 않으면 호흡이 괴로운 기좌호흡 (orthopnea)과 같은 증세가 나타나거나, 윗배가 답답하고 아프면서 복부 팽만감과 함께 쉽게 피로를 느끼고 전신 쇠약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장의 펌프력이 더욱 약해지면 나오는 혈액 양이 심하게 줄면서 혈압이 낮아지고 말초순환 기능이 악화되어 손발이 차갑고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기까지 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쇼크상태다. 심부전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빈혈, 감염성질환, 부정맥, 임신, 고혈압, 정신적 육체적 과로,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이 대표적이다.

   7)
대동맥류 (Aortic aneurysm) 및 대동맥 박리 (Aortic dissection)

심장의 좌심실에서 우리 몸 전체로 혈액을 보내는 동맥인 대동맥에 주머니 같은 혹이 생긴 것을 대동맥류라고 한다. 혈관의 일부가 늘어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대동맥의 어느 한 부분이 정상 지름의 1.5배보다 커지면 대동맥류라고 한다. 75%는 복부에 생기고 25%는 흉부의 대동맥에 생긴다. 흉부 대동맥류가 생기면 어깨, 허리, , 또는 배에 통증을 느낀다. 목이나 팔이 붓기도 하고, 대동맥류가 기도를 눌러 마른기침을 하기도 하며,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을 눌러 목소리가 변하거나 식도를 눌러 음식을 삼키기가 어렵게 되기도 한다. 대동맥 안쪽 벽의 층 사이가 벌어져 대동맥이 늘어나는‘박리성 대동맥류’환자 중 90%는 갑자기 앞가슴이나 등에 찢어지는 듯한 심한 통증을 겪기도 한다. 이 외에도 실신하거나 숨이 차거나 기침을 하고 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토하기도 한다. 대동맥류는 주로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생기지만, 외상이나 유전, 선천성 기형, 곰팡이 감염 및 동맥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동맥벽 안에는 3개의 층이 있다. 대동맥박리증이란 세 층 중 가장 안쪽의 내막이 찢어져 상처가 생기면 그 사이로 혈액이 흘러 들어가 원래 동맥피가 흐르는 통로 외에 동맥벽의 중간 막, 즉 중막에 가짜 통로가 생기는 병이다. 아주 심각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대동맥박리증은 진행이 빠른 데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사망하거나 침범한 부위에 따라 하반신마비, 반신불수, 신부전, 장 괴사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일어나는 무서운 병이다. 치료 과정에도 많은 위험이 따른다. 조기 사망이 흔해 전체 생존율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치료를 하지 않아 머리 쪽을 향하는 상행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92%, 아래로 향하는 하행 대동맥만 침범한 경우 25% 1개월 이내에 사망한다. 환자의 70~90%에서 발견되는 고혈압이 가장 주된 원인이며, 선천성, 임신, 동맥경화로 인한 대동맥(판막)질환도 대동맥박리증을 일으킨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앓았던 마르판증후군 환자의 경우 중막이 변성돼 증세가 나타난다. 환자들은 대부분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칼로 찌르거나 도려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은 가슴 앞쪽이나 등 윗부분에서 시작돼 대동맥 박리의 진행 방향에 따라 위나 아래로 뻗어나간다. 종종 대동맥이 파열돼 출혈로 돌연사하기도 하고, 뇌로 가는 피의 흐름이 갑자기 막히면서 졸도하거나 반신불수가 되기도 한다. 신장과 척수로 가는 혈류가 막히면 각각 신부전과 하지마비가 생긴다. 박리로 인해 대동맥판막이 늘어나면서 판막이 잘 닫히지 않는 폐쇄부전 또는 심부전 증세가 오기도 한다. 의심되는 환자는 즉시 입원해 혈압을 낮춰 박리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상행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응급수술을 해야 하며, 하행 대동맥에만 박리가 일어난 환자는 내과 치료가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수술이 필요하다.

.... 제 2편 심장MRI 검사하기로 이어집니다.......